계약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요? 법정에서 이기려고? 아닙니다. 싸우지 않기 위해 존재합니다.**
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야기가 다릅니다. 기능은 완벽했는데 “기분이 좀 그렇다”는 이유로 대금이 밀리거나, 피땀 흘려 짠 코드의 주인이 누군지 모른 채 프로젝트가 끝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.
2020년 12월 31일,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. SW진흥법 제38조에 근거하여 SW종사자 표준계약서 6종을 전격 시행한 것인데요. 이는 단순한 양식이 아닙니다. 프리랜서와 기업 모두를 “갑질”과 “날로 먹기”에서 구원하기 위한 생존 매뉴얼입니다.
오늘은 이 6종의 표준계약서를 내 편으로 만드는 똑똑한 활용법을 알려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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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oggle왜 ‘카톡 합의’로는 안 될까? (법적 맹점 분석)
“사장님, 저번 프로젝트 때처럼 수고비 3천에 해드릴게요. 수고했어요~”
이 한마디가 당신을 법적 늪으로 빠뜨립니다.
SW 개발 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80%는 업무 범위(Scope)와 지식재산권(IP)의 모호함 때문에 생깁니다.
만약 표준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했다면, 발주사는 “나는 이 기능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생각했어”라며 무한 수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. 반대로 프리랜서는 “내가 만든 소스코드인데, 왜 돈을 더 안 주고 가져가?”라는 답답함을 호소해야 합니다.
법원은 판결에서 “계약서에 권리 귀속이 명시되지 않았다면,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개발사(프리랜서)에게 있다” 고 말하지만, 그 판결을 받기까지 1년은 기본입니다. 싸우지 말고, 표준계약서로 막으십시오.
6종 표준계약서, 당신의 ‘계약 지위’는 어디인가?
총 6종의 계약서는 크게 ‘종사자용’ 과 ‘사업용’ 으로 나뉩니다. 당신의 역할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.
| 구분 | 계약서 명칭 | 타겟 사용자 |
|---|---|---|
| 종사자용 (2종) | SW종사자 표준근로계약서 | 정규직/계약직 형태로 지휘·감독을 받는 프리랜서 |
| SW종사자 표준도급계약서 | 독립된 사업자로서 결과물만 납품하는 1인 기업가 | |
| 사업용 (4종) | 개발/유지보수/공급구축 | 중소기업(SI/SW) 이 발주처와 체결하는 계약 |
핵심 팁: 만약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출근해서 지시를 받는다면 근로계약서를, 집이나 카페에서 혼자 코딩해서 결과물만 보낸다면 도급계약서가 적합합니다.
표준계약서로 분쟁을 선제 차단하는 ‘3줄 요약’
이 계약서는 분량이 좀 됩니다. 하지만 눈에 쌍심지를 키우고 봐야 할 킬러 조항은 단 3가지입니다.
1. 과업범위 (SOW) – 무한 수정의 마개를 막아라
일반 계약서는 “홈페이지 제작”이라고 모호하게 쓰지만, 표준계약서는 과업내용서를 첨부하도록 강제합니다.
이것이 중요한 이유: 추가 개발 요구가 들어왔을 때, “이건 과업 범위를 벗어납니다.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.” 라고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입니다.
2. 지식재산권 (IP) – 코드의 주인을 정하라
프로젝트가 끝난 후, 그 코드로 다른 일을 해도 될까요?
표준계약서는 저작권 귀속 조항을 명확히 합니다. 발주사가 “우리 돈으로 만들었으니 우리 거다”라고 우길 때, 계약서에 ‘소스코드 제공 범위’ 와 ‘2차적 저작물 작성 허용’ 여부를 명시하지 않으면 법적 다툼이 발생합니다. 이 칸을 비워두지 마십시오.
3. 하자담보 – ‘버그’와 ‘기능개선’은 다르다
“야, 이 버튼 좀 이렇게 바꿔줘~”
버그(하자) 란 로직이 돌아가야 하는데 안 돌아가는 것입니다. 기능개선은 “버튼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” 같은 디자인/스펙 변경입니다.
표준계약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(통상 1년) 을 설정하고, 그 이후의 단순 변심에 의한 수정은 유상 계약으로 규정합니다. 이 한 줄이 ‘공짜 유지보수’ 지옥에서 당신을 구해줍니다.
인센티브: 표준계약서 쓰면 ‘돈’이 됩니다?
솔직히 말해서, 귀찮아도 굳이 왜 써야 할까요?
정부는 이 표준계약서를 쓰는 사람들에게 당근을 줍니다.
만약 당신이 공공SW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이라면, 표준계약서 사용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기술평가 가점(최대 5점) 을 받을 수 있습니다. SW기술성 평가 기준에서 5점이면 1~2등급 차이가 나는 점수입니다. 이 점수 때문에 떨어지고, 붙고가 결정됩니다.
또한,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는 SW프리랜서 상담센터(1833-2841) 를 운영하며 무료 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. 혼자 끙끙대지 말고 이 리소스를 활용하십시오.
행동 강령: 지금 당장 해야 할 일
고급 정장을 입어도 넥타이가 삐뚤어지면 망신이듯, 계약서도 마찬가지입니다.
- 템플릿을 다운로드하라: NIPA 또는 SW협회 홈페이지에서 지금 바로 6종 세트를 받으십시오.
- ‘공란’을 두려워하지 마라: 표준계약서는 법률 전문가가 만들었습니다. ‘발주사 요청’이라는 이유로 핵심 조항(특히 대금 지급일, 지연손해금, IP 귀속)을 함부로 삭제하지 마십시오.
- 사인 전에 변호사 한 명 꼽으세요: (feat. 소프트웨어 변호사) 계약서 검토 비용은 미래의 소송 비용보다 쌉니다.
SW개발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의 30분 자문만 받아도 위험은 90% 줄어듭니다.
“신뢰는 손가락 약속이 아니라, 서명된 표준계약서 제1조에서 시작됩니다.”
지금까지 ‘대충’ 일했다면, 지금부터는 ‘제대로’ 일할 때입니다. 이 표준계약서가 당신의 첫 번째 동맹이 되어줄 것입니다.





